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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2 I.2. 내 삶이 혼돈에 빠졌던 적은?

바로 지금, 내 신앙심은 혼돈에 빠져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녔고, 부모님은 독실한 신자이시다. 카톨릭 교리를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고,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진화론을 배우고, 세계사시간에 중세교회의 타락상, 기타 신앙심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들어도 믿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인간은 평생 자신의 믿음과 일치되는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이와 모순된 정보는 무시해버린다."고 하지? 딱 그짝인 듯. ^^; )

그런데, 2006년 5월.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내 신앙심은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소설 중 '현대의 성서는 정치적 의제를 내건 인간들에 의해 편집되고 꾸며진 역사적 허구와 편견'이라는 문장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으나 '에이~ 뭐 소설인걸!'이라고 생각하니 혼돈을 잠시나마 잠재울 수는 있었다.

2007년 5월. 소설 '다빈치 코드'로 인한 혼돈을 없애기 위하여, 다빈치 코드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목사님/신부님들이 쓰신 일방적 반박 성격의 서적으로는 혼돈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종교학자들이 쓴 중립적인 책을 찾던 중 '다빈치 코드의 비밀'이란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의 비밀'을 읽은 후 혼돈은 더욱 심해졌다. 미국/유럽 유명 대학 종교학과 교수, 유명 시사잡지 기자. 심지어 미국 카톨릭 신학회의 회장, 미국 카톨릭 대학교 교수 등의 논문/기사를 엮었다고 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읽다보니 '영지주의'라는 이단 종교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소설과 달리 구체적 증거(古문서, 유적 등)를 근거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강력했고, '흔들리던 믿음이 아얘 모조리 날아가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반쯤 읽다가 책을 덮어버렸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절반쯤 먹었다고 해야할까?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무신론자나 타 종교인들의 말과 글이 이제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믿음. 명백한 근거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므로 '믿음/믿는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지만, 지금은 그동안 교리에 대하여 확신이 별로 서지 않는다.

천주교를 떠나 무신론자가 되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가 가출해서 '고아'처럼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성당사람들도 좋고, 익숙해서인지 성당의 건물과 각종 의식을 접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나는 이런 이유 등으로 내 믿음을 지키고 싶다. (내가 성서모임을 신청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 아담과 이브는 신혼 시절에 능금을 먹었고, 이에 신은 굉장히 노하여 두 사람을 벌주었는데, 이 두 남녀가 저지른 조그만 죄 때문에, 그들의 자손인 인류는 대대로 맨 끝 대에 이르기까지 그 죄를 짊어지고 고통을 받아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이 벌 준 아담의 후손들이 신의 외아들인 예수를 죽였을 때, 신은 크게 기뻐하며 그들을 용서했다는 것이다 - 임어당 '생활의 발견 II'
(이 글은 적어놓기는 했지만, 성서모임 때는 분위기(?)를 고려해서 읽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 글에 동감한다. 젠~장!! 참고로 임어당이란 사람의 부친은 목사이고, 이사람도 대학입학 때까지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고, 신학대학에 진학하기까지 했고, 이 글을 쓸 때도 기독교에 대해 호감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Posted by 지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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